브리즈-전생의 연인) 훈의 기록 8 (완결) BRIZZ

Lesbian suspense thriller
2007




훈의 기록


8(완결)

유카리의 덕분으로, 린차우에게 당한 몸이 회복되는 동안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숨어 있을 수 있었다. 마침내 내가 떠나야 하는 날이 왔을 때, 유카리는 떠나는 나를 붙잡지 않았다. 
오빠를 죽인 나를 그토록 사랑하는 그녀가 측은했다. 그녀를 사랑할 수는 없었지만, 그리고 서로 사랑할 수 있는 사이도 아니었지만, 나를 만난 후 오로지 나만을 생각하며 있는 힘을 다해 살아왔다는 그녀를 외면할 수 없었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나는 결국 기쇼 마코토 살해범으로 철창에 갇혔을 것이고, 일본을 빠져나오지도 못했을 것이다. 
때로는 선의의 거짓말이 필요하다. 
하지만, 최소한 그녀와 나의 약혼은 거짓이 아니다. 
린차우로 인해 모든 것을 빼앗겼지만, 내 아내의 자리만은 영원히 유카리의 것으로 남겨놓을 생각이다. 내가 그녀를 사랑하지 않고, 앞으로도 사랑할 수 없다 해도, 그 자리만은 영원히 그녀의 것으로 남겨 둘 것이다. 
린차우를 죽이고 나면, 언젠가는 그녀의 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브리즈-전생의 연인) 훈의 기록 7 BRIZZ

Lesbian suspense thriller
2007




훈의 기록



7

나는 여전히 린차우를 쫓고 있다. 
기쇼 서큐리티를 떠나 한국으로 돌아온 후, 나는 그런 대로 평범한 삶을 살았다. 아니 그렇게 살아가려고 노력했고, 그렇게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기쇼 마코토의 죽음 이후, 그런 평온한 일상은 결코 내 운명이 될 수 없었다. 
린차우를 죽이는 일은 내 평생의 숙업이 되고 말았다. 마코토를 죽이고, 내 영혼과, 내 인생과, 내 의지를 모조리 빼앗아간 남자. 
마침내 일본 경찰이 기쇼 마코토 사건을 재수사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 드디어 린차우가 움직이기 시작했음을 직감했다. 그것은, 린차우가 그의 전생의 연인인 관의 행방을 알아냈다는 뜻이기도 했다. 
린차우를 쫓기 위해서는, 싫어도 다시 기쇼 서큐리티로 돌아가야 했다. 
그리고 오랫만에 다시 만난 그리운 히사의 곁에서, 뜻밖의 인물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름아닌 이서미, 이동재 회장의 사생아이자 은밀하게 길러진 막내 외동딸이었다. 
두 사람이 친구 이상의 관계라는 걸 어렴풋이 눈치챘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다. 레즈비언들의 관계에 대해서는 일체 끼어들고 싶지 않으며 그럴 이유도 없다는 게 내 지론이다. 
다만, 린차우를 유인하기 위해서는 이서미가 꼭 필요했다.
히사는 린차우의 행방을 알고자 하는 내게 선선히 이서미와 린차우의 관계에 대해 들려주었다. 아마도 나 또한 그녀와 마찬가지로 마코토를 죽인 사람에게 복수하고 싶어한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정작 내가 그녀의 오빠를 죽인 범인인 줄은 꿈에도 모르고 말이다. 
"믿거나말거나."
히사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두 사람, 한국에서부터 알던 사이래요. 게다가 전생에서, 뭐 수양엄마와 양아들로 지낸 사이였다나요."
그런 말을 들었기 때문에, 이서미가 내게 나의 전생에 대해 물어왔을 때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답해 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녀의 아버지 이동재 회장이 내 아버지에게 한 짓, 교묘하게 기술을 가로채고 아버지를 배신한 후 살해한 그 파렴치한 짓거리를 떠올릴 때마다 그녀를 발로 밟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녀가 자신의 가족에게 이렇다 할 애정이 없음을 알고, 그 이유에 대해서도 알고 나니 어느 정도는 그녀에 대한 미움이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린차우를 유인하기 위해 그녀를 이용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마침내 린차우의 배후가 행동을 개시했다. 그가 진범으로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7년 전 린차우와 마코토에게 접근하는 내 모습이 찍힌 CCTV를 마에다 형사에게 넘겼다. 그 다음은 모두가 이미 알고 있는 그대로 일어난 일이다. 



브리즈-전생의 연인) 훈의 기록 6 BRIZZ

Lesbian suspense thriller
2007




훈의 기록


 6


허망하게 한국으로 돌아온 후, 일단 사채라도 빌려 병원비를 해결할 요량으로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던 내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어머니가 계신 병원 원무과에서 온 전화였다. 허겁지겁 병원으로 달려간 나는, 누군가가 내 대신 어머니의 병원비 전액을 수납했다는 사실을 알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 길로 중해방의 박성택을 찾아갔지만 박성택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아는 바가 없다고 했다. 
그 병원비를 대납한 사람이 이동재 회장이라는 걸 안 것은 훨씬 나중의 일이다. 


어머니가 퇴원하셔서 집으로 돌아온 지 얼마 안 되어 내 계좌로 거액의 돈이 입금되었다. 린차우를 죽이는 일에 실패했는데, 도대체 어떤 경로로, 무슨 이유로 입금된 돈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이미 실패한 킬러라는 꼬리표가 나붙은 이상 더 이상 청부살인 따위를 의뢰받지 못하리라는 것도 불 보듯 뻔했는데 말이다. 
혹, 기쇼 마코토를 죽인 댓가로 린차우가 입금한 돈이었을까.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거의 희박했다. 무엇보다, 린차우는 마코토를 살해할 생각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와는 반대로, 기쇼 마코토는 린차우를 잃느니 차라리 그와 함께 죽겠다는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훗날 마코토의 학교 동창들을 우연히 만나고 나서야 그런 사실을 알게 되었다. 
특히 에즈노 시온은 누구보다도 성실하게 내게 마코토에 대해 들려 주었다. 그 시니컬한 일본 청년이 순순히 내게 마코토에 대해 들려 준 것이 나로서는 적이 놀라웠지만(아마 나를 사립탐정 정도로 생각했던 걸까), 의도야 어쨌든 그가 들려준 이야기는 내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무엇보다, 마코토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어졌다. 
그래서, 일본에 체류하면서 익힌 일본어 실력을 토대로 기쇼 서큐리티에 입사했고, 뜻밖에도 수월하게 인턴 경호원으로 일하게 되었다. 그리고 기쇼 헤이스케의 아들인 기쇼 회장의 신임을 얻는 것 또한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내게 자신의 가족을 소개했을 때는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장난꾸러기 히사는 마코토를 쏙 빼닮은 외모였지만, 기질은 오빠와 전혀 달랐다. 자기 입으로 여자를 좋아한다는 비밀을 스스럼없이 고백해 온 그녀는 내게도 그런 여동생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을 만큼 쾌활했다. 
기쇼 회장의 부탁을 받고 그녀에게 두어 달 경호무술을 가르치는 동안, 나는 거의 그들로부터 그들의 가족이나 다름없는 대우를 받았다. 
어느 순간, 그 사실이 견딜 수 없이 괴로워지기 시작했다. 
죽은 오빠 대신 나를 오빠처럼 의지하며 따르는 히사와 그녀의 가족들을 속여야 하는 현실에 구토가 날 지경이었다. 죽은 아들에 대한 회한으로 눈물을 흘리면서도, 그 슬픔을 나로 인해 달랜다며 먼 산을 보는 기쇼 토시오를 외면하는 것 또한 힘들었다. 
"그때 그러지 말았어야 했어."
"무슨 말씀이십니까, 회장님?"
기쇼 마코토가 죽기 일주일 전, 다른 가족들 몰래 아버지인 기쇼 토시오와 큰 싸움을 벌였었다는 사실을, 그때서야 알게 되었다. 기쇼 토시오는 당연히 장남인 마코토에게 회사를 물려줄 생각이었지만, 린차우에게 빠져 있었던 마코토에게는 회사를 물려받아 기쇼 가의 회장이 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아마도 그는, 일본을 떠나기로 되어 있던 린차우와 함께 몰래 도망칠 궁리를 하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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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일은 다 마쳤고(?)........이제 남은 건 고이 늙어 주시는 센스(?).......(퍽 퍽)